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며, 시를 쓰는 시대에 우리는 창작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예술 작품이란 오직 인간의 감성과 지식, 경험에서 비롯된 산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라는 비인간적 존재가 그 영역에 뛰어들었습니다. 심지어 AI가 만든 작품이 미술대회에서 수상하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AI 작곡 음악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AI가 창작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는 지금, 우리 앞에 하나의 복잡하고 본질적인 질문이 놓였습니다. "AI가 만든 예술은 누구의 것인가?"
이는 단순한 철학적 궁금증이 아니라, 실제로 수많은 법적 분쟁과 정책적 고민을 낳고 있는 실질적인 사회 문제입니다. 만약 AI가 만든 그림을 누군가가 상업적으로 사용했을 때, 그 권리는 누구에게 속할까요? 반대로, 내 작품이 AI의 학습에 사용되었다면 그것은 침해일까요, 공공재의 확장일까요? 이 글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이 만들어낸 예술과 저작권의 충돌을 중심으로, 현재의 제도적 상황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AI 예술의 작동 원리와 창작 구조
AI 예술의 핵심 기술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입니다. 이 기술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냅니다. 단순한 복사나 재조합이 아니라, 통계적 학습과 추론을 통해 인간처럼 '창조'하는 과정을 모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AI인 DALL·E는 수천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한 후, “붉은 달빛 아래 노래하는 고양이” 같은 문장을 입력받으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스스로 그려냅니다. 이 과정에는 인간의 직접적인 붓 터치나 코드 작성이 개입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성형 AI는 크게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학습 데이터로, AI가 창작의 기반으로 삼을 수많은 이미지, 음악, 문서 등이 포함됩니다.
둘째는 모델 구조, 즉 뉴럴 네트워크나 트랜스포머 모델처럼 입력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출력을 생성하는 알고리즘 체계입니다.
셋째는 프롬프트(입력 명령)입니다. 인간 사용자가 어떤 문장을 입력하느냐에 따라, AI는 전혀 다른 창작물을 내놓습니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미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Midjourney로 생성한 이미지를 제출해 1등을 수상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는 예술적 감성과 창작성을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겨온 기존의 인식에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동시에 법적으로 ‘이 작품의 저작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죠.
현재 저작권 체계의 경계와 실질 분쟁 사례
기존 저작권법은 ‘자연인’ 즉, 인간만을 창작 주체로 인정합니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2022년부터 공식적으로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작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AI가 만든 결과물은 소유권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반면, 인간이 AI 창작 과정에 창의적으로 개입했다면 예외가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이 아닌, 결과물을 조합하고 수정하여 새로운 작품으로 재가공한 경우에는 저작권이 일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얼마나 창의적으로 개입해야 인간의 저작권이 인정되는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아직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3년에는 AI로 만든 음악을 음원 플랫폼에 등록하면서 ‘AI 공동 창작자’로 명기한 아티스트가 음원 유통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또한 AI 학습에 사용된 원본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뜨거운 쟁점입니다. 일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자신들의 작품 수천 점이 무단으로 AI 학습에 활용됐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물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큰 저작권 침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아직 AI 창작물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판단은 사례별로 달라지며, 법률 전문가들조차 AI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법의 공백은 기업과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광고에 AI 이미지나 영상 콘텐츠를 사용했다가, 원저작권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래의 법·제도 변화 방향성과 개인 대응 전략
AI와 창작의 관계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윤리, 문화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이슈입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AI 창작물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제한적 보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영국은 “AI가 창작했더라도 인간이 기여한 범위에 따라 일정한 보호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일본은 아예 AI가 만든 결과물도 일정 조건 하에서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개인이나 소규모 창작자, 기업 모두가 AI를 활용하는 시대에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AI 창작과정 기록하기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는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했는지, 어떤 결과물이 나왔으며, 어떤 편집을 가했는지를 명확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향후 저작권 분쟁에서 자신이 얼마나 창작에 개입했는지를 입증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라이선스와 사용범위 확인하기
Midjourney, ChatGPT, Runway 등 각 플랫폼마다 생성된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여부나 사용 제한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일부는 유료 사용자에게만 상업적 사용을 허용하기도 하며, 생성된 콘텐츠를 ‘퍼블릭 도메인’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 전에 반드시 해당 플랫폼의 정책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신의 콘텐츠 보호하기
아티스트나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에 무단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이미지 메타데이터에 AI 학습 금지 태그를 삽입하거나, 특정 플랫폼에서는 AI 접근 차단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창작의 주체가 달라진 시대, 기준도 새로워져야 한다
AI가 창작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우리는 단순히 법률 해석의 문제가 아닌 창작의 정의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것만이 예술인가, 아니면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예술인가? 그리고 그런 감동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지 AI에 국한되지 않고, 디지털 시대의 창작 전반에 던져지는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저작권 체계는 단순히 보호냐 부정이냐의 이분법을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인간과 AI가 공동으로 창작하는 시대, 법은 보다 유연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창작자의 권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포용하는 균형감입니다.
AI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며 감탄할 수는 있지만, 그 권리를 어떻게 정의하고 보호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창작’이라는 개념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