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계산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양자컴퓨팅은 지금까지의 컴퓨터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기존의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로 저장하고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는 단위를 사용해 동시에 여러 상태를 표현할 수 있어, 특정 문제에 있어서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수억 배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력은 국가 안보, 산업 기술, 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강력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기에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양자컴퓨팅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양자컴퓨팅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주요 기업과 국가의 동향, 기술 발전 현황, 그리고 상용화 과정 및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글로벌 IT 기업의 양자컴퓨팅 투자 현황
양자우위는 누가 먼저 달성했나
상용화 경쟁의 핵심 기술과 한계
글로벌 IT 기업의 양자컴퓨팅 투자 현황
글로벌 기업들의 양자컴퓨팅의 경쟁은 이제 연구실을 넘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IBM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1,000 큐비트 이상의 양자 프로세서 콘도르를 공개했습니다. IBM은 이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과 연구소에 클라우드 기반의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연구 중심에서 실질적 활용 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구글은 2019년 시커모어라는 양자 프로세서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구글의 연구진은 특정 계산 문제를 20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밝혔고, 이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수천 년이 걸릴 수 있는 작업이라는 설명과 함께 양자우위를 선언했습니다. 이로 인해 구글은 기술적으로 양자컴퓨팅 시대의 문을 연 기업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다만 이 발표에는 IBM을 비롯한 과학계 일부에서 이견을 제기하며, 양자컴퓨터의 실질적 성과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애저 퀀텀을 통해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과 양자컴퓨팅을 접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양자 알고리즘 연구뿐 아니라, 양자 시뮬레이션 기능을 포함해 일반 개발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브라켓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양자 하드웨어 제공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맞춤형 컴퓨팅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캐나다의 디웨이브 시스템은 실제 산업 응용에 특화된 양자 어닐링 방식의 장비를 상업화했고,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자국 내 슈퍼컴퓨터와 양자 네트워크 구축을 병행하며 기술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양자컴퓨팅은 대기업의 독점적 경쟁뿐 아니라 각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까지 더해지며, 기술 패권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습니다.
양자우위는 누가 먼저 달성했나
양자컴퓨팅의 진보를 나타내는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는 양자우위의 달성 여부입니다. 양자우위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현실적으로 처리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이 개념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양자컴퓨팅이 가진 실질적인 계산 능력을 입증하는 데 핵심적인 기준이 됩니다. 2019년 구글은 시커모어라는 53큐비트 프로세서를 이용해 특정 무작위 샘플링 문제를 불과 몇 분 만에 해결했습니다. 구글은 이 작업이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이 걸린다고 주장하며, 인류 최초의 양자우위를 선포했습니다. 이는 과학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화제를 일으켰으며, 언론과 학계에서는 양자컴퓨팅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IBM은 구글의 주장을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IBM 측은 이 문제를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도 며칠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실험의 실제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논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양자컴퓨팅 기술의 현재 위치와 한계를 진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중국 과학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0년 중국 과학기술대학(USTC)은 광자 기반의 양자 컴퓨터를 통해 76광자 수준의 실험에서 양자우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구글의 결과보다 더 복잡한 연산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주목받았으며, 중국이 기술 추격이 아닌 선도국 대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의 양자우위는 특정 조건과 문제 유형에서만 입증된 것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문제 해결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실제 산업 문제에 양자컴퓨터가 적용되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상황에서의 오류 제어, 안정성, 확장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양자우위는 가능성의 입증 정도로 받아들여지며, 진정한 의미의 기술 우위는 여전히 경쟁 중입니다.
상용화 경쟁의 핵심 기술과 한계
현재까지 양자컴퓨팅의 발전은 분명히 인상적이지만, 상용화를 위해 이를 실제 산업에 도입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오류율입니다. 큐비트는 매우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의해 쉽게 흔들리거나, 정보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를 양자 디코히런스라고 부르며, 이는 양자컴퓨터가 장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은 양자 오류 정정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 개 이상의 물리 큐비트를 결합해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전체 큐비트 수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며, 하드웨어 규모와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현실적 제약을 발생시킵니다. 또 다른 핵심 기술은 하드웨어 플랫폼입니다. 현재 초전도 방식, 이온트랩 방식, 광자 기반, 중성 원자 배열 등 다양한 기술이 경쟁하고 있으며, 어느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확장 가능한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IBM과 구글은 초전도 큐비트를 중심으로 발전을 시도하고 있으며, 아이온큐와 같은 스타트업은 이온트랩 기반을 통해 더 긴 유지 시간과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각 방식에는 장단점이 뚜렷해 모든 기업이 동일한 노선을 걷기보다는, 기술적 선택을 달리하며 실용성과 확장성을 모색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분야를 나눠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양자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분야이지만, 향후 미래에 미칠 영향력도 거대한 분야입니다. 현재 국가 간 기업 간의 경쟁은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점점 더 많은 방향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기대하게 합니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기술과 인프라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운데, 아이온큐, 디웨이브시스템 등과 같은 스타트 업, 중국과 유럽, 한국 등도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 경쟁의 승자는 속도보다는 실제 문제 해결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쪽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자컴퓨팅은 미래의 먼 기술이 아니라, 현재 문턱에 들어와 있는 기술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는 곧 양자컴퓨팅 시대에 살고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