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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프로, 정말 메타버스를 바꿀까?

by 닥터 우 2025. 4. 11.

애플 비전프로, 메타버스의 판을 바꾸러 왔다?

“한 번 써보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소개하며 던진 이 한 문장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꽤나 진지한 선언처럼 들렸습니다. 2024년 초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 기기는 ‘공간 컴퓨팅(Space Computing)’이라는 생소하지만 매혹적인 개념을 중심에 두고,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흐리려 합니다.

스마트폰 이후 거의 15년. IT업계는 늘 ‘다음 플랫폼’을 찾아 헤맸고, 그 후보로 수없이 언급된 것이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던 메타버스 - VR 고글을 쓰고 아바타로 회의하거나 쇼핑하는 - 는 아직 어딘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비전프로는 다릅니다. 단순한 VR 기기가 아닌 ‘혼합현실(MR)’을 지향하고, 마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합한 듯한 생태계를 제공합니다. 물론 비판도 많습니다. 무겁다, 비싸다, 앱이 없다. 일부 사용자들은 반품을 결정하기도 했고,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애플이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죠.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애플은 이미 비전프로의 후속 모델을 준비 중이며, 가격과 무게를 줄인 ‘보급형 공간 컴퓨터’를 2025~2026년 중 출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애플은 VisionOS라는 운영체제 생태계를 구축하며 개발자와 콘텐츠 파트너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실패가 아니라, 실험의 첫걸음에 가깝습니다.

 

 
 

목차

비전프로,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인가?

메타버스는 죽지 않았다 - 오히려 진화 중

비전프로가 가져올 진짜 변화는 '공간의 재해석'

 

애플 비전프로, 정말 메타버스를 바꿀까?
애플 비전프로, 정말 메타버스를 바꿀까?

비전프로,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인가?

 

애플이 말하는 비전프로의 정체성은 단순한 VR 기기도, AR 기기도 아닙니다. 그들이 직접 명명한 이 기기의 본질은 바로 '공간 컴퓨터(Space Computer)'입니다. 말이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컴퓨터나 스마트폰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이전에는 화면이라는 물리적 경계 안에서 정보를 소비하고 생산했다면, 공간 컴퓨팅은 그 경계를 없애고, 정보가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벽에 영화를 띄우고, 공중에 메모장을 열고, 눈동자와 손짓만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비전프로를 착용하고 거실에 앉아 있으면, 마치 SF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몰입감 있는 환경이 펼쳐집니다. 유튜브를 띄우며 동시에 메일을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눈동자로 클릭한 뒤 손가락으로 넘기는 식의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기기들과는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마우스나 키보드, 리모컨 없이 오직 사용자의 시선과 손짓으로 조작된다는 점은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사용자는 점점 기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고, 비전프로는 그 흐름의 첨단에 서 있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 존재합니다. 비전프로는 무겁고, 착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과 목에 피로가 누적되며, 현재로서는 배터리도 약 2시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무려 $3,499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로 인해 미국 출시 초기에는 반품률이 다소 높았고, "애플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비전프로라는 이름을 걸고 내놓은 이유는 단기적인 판매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애플은 2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며, 무게는 줄이고 가격은 $1,500~2,000선으로 낮춘다는 계획이 꾸준히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VisionOS라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파트너와 협력해 콘텐츠 확보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전프로는 실패한 기기가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한 플랫폼의 알파 버전입니다. 스마트폰도 처음 나왔을 때는 많은 회의적 시선을 받았고, 사용성도 지금과 비교하면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결국 수년 만에 우리의 일상이 되었듯, 비전프로 역시 시간이 필요한 기기입니다. 애플은 그 시간을 ‘공간’으로 확장해가고 있고, 우리는 이제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메타버스는 죽지 않았다 - 오히려 진화 중

 

2021년을 전후로 메타버스는 전 세계 IT 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였습니다. 페이스북이 메타(Meta)로 사명을 바꾸며 시장을 흔들었고, 로블록스, 제페토, 디센트럴랜드 같은 플랫폼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가상공간에서 살아갈 미래’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의 기술적 한계와 부족한 콘텐츠, 낮은 몰입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상과의 연결 부족'은 메타버스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만들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빠져나갔고, 사용자도 급감하면서 ‘메타버스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말 끝난 걸까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의 메타버스는 오히려 ‘기술적으로 너무 앞서 있었던 개념’이었습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듯 메타버스도 일상이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자연스러움과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기기와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게임’과 ‘놀이’에 가까웠고, 사용자는 왜 이걸 써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되지 않았습니다. 즉, 기술은 있었지만 맥락이 부족했던 겁니다.

비전프로는 그 맥락을 다시 짚어주려 합니다. 단순히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메타버스를 다시 일상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상회의를 하면서 상대의 얼굴을 3D 아바타로 보되, 실제 회의실처럼 공간 안에 띄워놓고, 옆에는 메모장을 열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방식. 이런 방식은 기존의 노트북 화면으로는 구현되지 않는 종류의 몰입감이며, 메타버스가 '유용한 도구'로 진화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요한 변화는 ‘비현실적인 디자인’에서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로의 이동입니다. 이전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종종 현실을 떠난 환상 세계를 강조했지만, 사용자들은 그런 비현실성에 오히려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비전프로는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커서,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조작 가능한 메뉴 등, 물리적 직관성과 디지털 경험의 경계를 최소화하면서 훨씬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안에서조차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접근법은, 메타버스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지금의 메타버스는 유행처럼 번졌던 초기의 메타버스와는 다릅니다. 단순히 ‘가상 세계에 접속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 공간을 확장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더 조용히, 더 현실에 맞닿아, 더 지속가능한 형태로 살아남고 있습니다. 비전프로는 그런 진화의 선두에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미래가 아닌 ‘당장 써볼 수 있는 기술’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전프로가 가져올 진짜 변화는 '공간의 재해석'

 

우리는 오랫동안 '기기 속 화면'이라는 틀 안에서 디지털 기술을 경험해 왔습니다.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태블릿의 터치스크린 등. 하지만 애플 비전프로가 제안하는 공간 컴퓨팅은 이 틀을 깨고, '정보는 더 이상 화면 속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즉, 디지털 정보를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이를 마치 공기처럼 존재하는 요소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각적 혁신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식과 사고 체계 자체를 바꾸는 깊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전프로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특정 공간에서만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창작해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벽이 모니터가 되고, 바닥이 작업 공간이 되며, 천장이 영화관이 되는 식의 공간 재해석은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로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작은 원룸에 사는 사람이 비전프로 하나만으로 수십 개의 화면을 띄우고, 가상 키보드로 글을 쓰며, 클라우드 기반의 오피스 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그 공간은 더 이상 협소한 방이 아닌 ‘확장된 디지털 사무실’이 됩니다. 이런 변화는 특히 주거 환경이 제한적인 도시 거주자나, 디지털 유목민처럼 다양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공간의 ‘기능’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의미’마저 바꾼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까지 회의실이 있어야 회의를 하고, 극장이 있어야 영화를 본다고 생각해 왔지만, 비전프로는 이 고정관념을 흔듭니다. 회의실 없이도 화상 회의가 가능하고, 침실 한쪽 구석이 곧 극장이 될 수 있으며, 산책길에서도 전시회 감상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은 결국 ‘공간’의 역할을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와 맥락에 따라 자유롭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공간 재해석은 교육, 업무, 예술, 게임, 심지어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아이들은 교실 책상이 아닌 가상 실험실에서 과학을 배우고, 디자이너는 손끝으로 허공에 스케치하며, 친구와 가상의 카페에서 만나는 일이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의 제약은 점점 사라지고, 디지털 상호작용의 품질은 점점 현실과 구분이 어려워질 정도로 정교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비전프로가 바꾸는 것은 단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공간의 개념 자체인 셈입니다.

결국 비전프로는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공간의 의미’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공간이 기능을 넘어서서 감정과 기억, 상호작용이 새겨지는 살아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기술 그 이상의 변화를 뜻합니다. 메타버스를 뛰어넘어, 우리 삶 그 자체를 다시 디자인할 수 있는 가능성. 애플이 바라는 미래는 어쩌면 그 지점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비전프로는 메타버스를 바꿀까?

아직은 비전프로가 일상을 바꾸기에는 시기상조처럼 보입니다. 무게도 무겁고, 배터리도 짧고, 가격도 높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기능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이 기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히 새로운 세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여전히 모호한 개념일지 몰라도, 공간 컴퓨팅이라는 구체적인 ‘사용 경험’을 통해 비전프로는 그 추상성을 깨부수려 합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비전프로 같은 기기를 당연하게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질문을 하나 던지며 글을 맺겠습니다. “당신의 다음 컴퓨터, 그건 정말 책상 위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